평가금액으로 순자산이 30억이 넘었을 때 정말 심장이 벅찼다. 너무 비현실적인 금액이었기 때문에 계좌를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어떤 때는 핸드폰에 적혀져 있는 숫자에 불과 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주식으로 내 순 자산이 30억이 되었다는 사실은 배우자를 제외하고 2명의 지인에게만 말했다. 한 명은 자산이 나보다 훨씬 많은 친구였고 한 명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 총 3명을 제외하고 나의 부모님도 나의 형제도 내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친한 친구들이 내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만 알았지 구체적인 금액은 알지 못했다. 술을 먹다가 한 번씩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1인 법인을 설립해서 주식을 하고 있다가 정도만 알려주고 금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돈 자랑 해봤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조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나의 행동에 대해서 돌아본다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왜일까? 만약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무에게도 나의 주식에 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해보겠다.
어차피 주식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
나의 경험상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로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다.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주식으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겠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온라인에서는 주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부터 존경받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존경받기는 힘들다. 극단적인 예시겠지만, 배우자가 매주 로또를 사서 3년 뒤에 1등에 당첨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그 배우자의 노력을 존경할 수 있을까? 꾸준함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존경까지 하기는 힘들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매수하고 수년간 버텨서하여 큰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옆 사람이 보기에는 그리 대단한 노력이 아니다. 겉으로는 "대단하다. 어떻게 버텼나?", "기술 좀 알려줘라" 등의 호응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평가할 뿐이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주식으로 성공했다고 아무리 이야기하고 다녀봤자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
내가 망하기를 기도한다
돈자랑을 하면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자랑하면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주식이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지금 당장 운이 좋아 돈을 벌었더라도 곧 돈을 잃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자랑하면 그 꼴이 보기 싫어지고 그날부터 그 사람이 망하기를 기도한다. 자랑한 사람이 보유한 주식 종목을 매일 감시 하면서 큰 폭으로 내리면 내심 기뻐한다. 그리고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그 주식 많이 떨어진 것 같던데 괜찮아?"
정말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소 연락도 잘 하지 않는 사이인데 뜬금없이 이런 메시지를 당신에게 보낸다면 십중팔구 그 사람은 당신의 주식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아주 높은 확률로 시기와 질투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나의 잘못이다. 애초에 돈 자랑을 하지 않았다면 주변인의 시기와 질투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내가 망하기만을 기도하고 있게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 주식으로 번 돈은 자랑하면 안 된다.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줬다면 언젠가 대가를 치른다
어느 날 아주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우연하게 솔직한 심정을 들은 적이 있다. "솔직히 그날 현타 심하게 오더라". 내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지만 내가 퇴직한 이유와 현재 상황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나의 상황을 극히 일부만 친구들에게 오픈했었다. 내가 공개한 사실은 극히 일부지만 친구들은 그 단서들을 가지고 많은 것들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심한 '현타'를 느꼈던 것이다.
친구의 심정을 듣고 난 뒤 나는 앞으로 절대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주식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30억의 대부분을 잃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였다. 당시 나는 몇 달 만에 내 전 재산의 대부분을 잃은 상황이었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 나머지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들에게 사실 이번에 벌었던 돈을 거의 다 잃었다고 고백했는데 그 반응이 충격적이었다.
친구들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내 말을 믿어주고 싶지 않아했다.
평소 거짓말을 하는 성격도 아니고 친구들 사이에서 신뢰가 있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왜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친구들은 내가 돈 벌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날 좌절감, 상대적 박탈감, 시기, 질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했던 친구의 성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힘겹게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는데 이제 와서 그게 아니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돈 자랑 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엄살 부리네?" 불현듯 이런 생각마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름대로는 겸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의 주식투자 성공 이야기는 친구들에게 상처 준 돈 자랑이 되었다. 만약 내가 친구들에게 대놓고 돈 자랑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선에서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 줬다면 언제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래서 누구한테까지 말하는 게 좋을까?
이 질문에 나는 "가능하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타인에게 돈 자랑 하는 것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순간 우월감을 느낄지는 몰라도 그런 돈 자랑은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가까운 가족들에게 돈 자랑을 하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겠지만, 돈이 필요할 때마다 나를 찾을 것이고 배우자와 자녀의 소비욕을 키울 것이다. 물질적인 만족은 곧 익숙해지고 모든 소비는 반복되면 당연한 것이 된다. 돈에 대한 감사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주식으로 번 돈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집이나 차를 산다면 필요한 만큼만 현금화하여 그 수익에 대해서만 말하면 된다. 굳이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주식을 현가로 계산하여 알려주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다. 돈은 어떻게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돈을 쓰는 데에는 우선순위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