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7년차 경력의 주식투자자가 되었다. 어찌 보면 긴 시간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주식을 처음 접할 때 나의 미래가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우연하고 가볍게 주식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주식이 나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았는데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인생에서 겪어보기 힘든 일들을 단시간에 겪게 해주었고 그런 경험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는 30억 이상의 자산을 소유해보기도 하고 해외주식 투자 법인을 설립하다 몇 달 만에 대부분을 날려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느낀 점들을 나누고자 하며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들, 해외주식을 하며 1인 법인 설립을 생각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남을 위해 큰돈 쓰지 마라
사람들은 주식투자로 10억~20억 정도의 돈을 벌면 무엇부터 하고 싶을까? 각양각색이겠지만 대부분은 가성비 좋은 집과 차를 구매한다. 엄청난 돈을 벌었다면 모르겠지만 10억~20억 정도 벌었다면 상위 1% 집과 차를 구매할 수는 없다. 적당히 타협해서 중상위 수준에 속하는 아파트와 외제차 정도를 구매할 것이다.
자신을 위한 기본적인 구색을 갖추고 나면 시야는 주변인들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나보다 돈 없는 사람들이 전보다 더 불행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제대로 돈을 굴릴 줄 모른다고 생각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그들을 돕고 싶어진다.
하지만 절대 이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첫째,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태도는 많은 경우 자신의 오만함일 뿐이며,
둘째, 돈은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함부로 쓰면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겸손해야 한다. 오만한 사람은 결코 인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으며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힘든 인생을 살게 된다. 인생은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지뢰밭이다. 순간의 방심으로 지뢰가 터지고 많은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방심하지 않더라도 운이 없으면 지뢰는 터진다. 이 내용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돈이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은 돈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인데 오늘은 이 점에 대해서 세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기대의 불균형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가면 무엇이 가장 문제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기대감이다. 돈(*돈에 따르는 가치를 모두 포함하지만 여기서는 '돈'으로 지칭해서 말하겠다)이 움직이면 기대가 함께 발생한다. 기대감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서로의 기대감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서 일방적으로 돈이 움직이면 서로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불만과 갈등의 가장 큰 원흉이 된다.
해외주식 투자에 성공하여 20억이 생겨 돈이 급한 친한 친구에게 1,000만 원을 줬다고 가정해보자. 20억이 있는 상황에서 1,000만 원 정도는 큰돈이 아니라서 친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이 들면 그냥 줄 수도 있다. 문제는 1,000만 원을 주고 난 뒤에 친구의 사소한 행동이나 태도에서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것을 발견되면 곧바로 1,000만 원이 생각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1,000만 원이나 줬는데 나한테 이렇게 한다고?" 불현듯 드는 생각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비판적인 생각이 자꾸 들면 자신을 탓하며 상대방의 태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니야 내가 이러려고 친구를 도와준 게 아니지. 비록 내가 돈을 줬지만 그렇다고 친구 사이가 달라지는 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나쁜 사람인 거야".
이러한 현상은 내가 준 1,000만 원에 대한 나의 기대와 1,000만 원을 받은 친구가 느끼는 감사함이 달라서 발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의로 베푼 1,000만 원이 서로에 대한 원망과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서 기대의 불균형은 관계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관계의 몰락
기대의 불균형으로 시작된 관계는 점점 병들어 간다. 1,000만 원을 받은 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1,000만 원을 준 나를 대하기 힘들어진다. 비록 내가 아무런 티를 내지 않더라도 친구는 1,000만 원을 받은 것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전에는 거리낌 없이 했던 장난이나 농담도 이제는 눈치를 보면서 하게 된다. 그렇게 평범했던 친구 사이는 채권자와 채무자 그리고 친구 그 중간 어디쯤으로 되어 버린다. 사이가 어색해지고 관계는 변질하여 간다.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서 인연을 끊은 가족들을 자주 본다. 돈 때문에 형제들끼리 싸워서 연을 끊고 지내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는 돈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주고받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옛날에는 모든 형제가 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서 소수 형제만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교육을 받지 못한 형제는 공장에서 일하며 선택받은 소수 형제를 위해서 일을 해야 했다. 다른 형제 덕분에 고등교육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선택받은 형제는 돈을 벌고 나서 자신을 지원해준 형제들과 사이가 멀어진다.
왜일까? 이는 처음 이야기했던 1,000만 원 받은 친구와 나의 관계와 똑같기 때문이다. 준 사람은 1,000만 원에 준하는 또는 그 이상의 보답을 기대하지만 받은 사람은 뗄 거 다 떼고 남는 걸로 보답하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원망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소한 기대의 불균형으로 시작된 일이 이제는 관계를 완전히 몰락시키고 연을 끊게 한다.
절대 다시 돌려 받을 수 없다
기대의 불균형 그리고 관계의 몰락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경험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내가 한 번 준 큰돈은 정말 돌려받기 힘들다.
처음의 가정과 같이 해외주식 투자로 20억을 벌었다고 생각해보자. 가성비 좋은 아파트와 차를 사고 10억이 남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내 소식을 들은 살림살이가 어려운 가족 중 한 명이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 신축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었는데 돈이 부족하여 2억 정도만 도와줄 수 없느냐고 도움을 청해왔다. 사람마다 선택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 돈을 써야 하는 일이 없고 가족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면 높은 확률로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2억을 준다고 해도 8억이나 남아있고 이미 집과 차도 있는데 하나 뿐인 핏줄을 위해서 이 정도는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돈을 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 일차적으로 기대의 불균형 그리고 관계의 몰락 위험이 도사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가장 무서운 경우가 남아있다.
바로 내가 돈을 다 잃는 경우다. 인생은 정말 어렵다. 나도 그렇듯이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30억이라는 돈이 한순간 증발하였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으며 앞으로 돈 걱정하고 살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가 30억을 순식간에 날리면서 배웠던 것 중의 하나는 어떠한 일이라도 가능성이 0%가 아니라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망한다.
한국과 북한이 전쟁을 시작한다.
세계가 핵전쟁으로 초토화된다.
AI가 지구를 정복한다.
내일 내가 죽는다.
이러한 가정들이 가능성이 0%가 아니라면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다.
20억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20억을 모두 잃는 것은 가능하다. 만약 내가 파산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가족에게 줬던 2억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미 그 가족은 그 2억으로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갔고 전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가족에게 신축 아파트를 팔고 내가 줬던 2억 중에 일부라도 다시 나를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말을 꺼내는 것조차 엄청나게 힘든 일이지만 그 부탁을 한다고 해도 그 돈을 다 돌려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아파트를 다시 파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거절을 할 것이며 우애가 좋았다면 대출을 일으켜 극히 일부 정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뗄 거 다 떼고 남은 것 정도 다시 돌려받는 것이다.
너무 가혹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한 번 준 돈은 정말 돌려받기 힘들고 그 액수가 클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가족을 포함한 타인에게 돈을 줄 때는 내가 파산해도 다시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만 줘야 한다. 내가 베푼 돈을 다시 돌려받지 못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원망해봐야 사람 잃고 돈 잃고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 모든 원인은 자신이 자초했으니 남 원망할 게 없다.
이처럼 돈을 주고받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관계를 망치는 행위를 굳이 내 돈을 써가며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불쌍해 보이는 사람도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내가 형편이 낫다고 상대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겸손 또 겸손해야 한다.